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탕웨이와 박해일 역시 좋아하는 배우라서 보고 싶었던 영화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무서워하는 편이라 잘 못 보지만 뭔가 볼거리와 영상미 가득한 영화일 것 같은 기대감으로 영화를 보았다.
영화 헤어질 결심 후기 (스포 주의)
처음 이 영화 포스터를 보았을 때 나는 92년도 개봉작인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이란 영화가 떠 올랐다. (오마주는 아니겠지?.. 그런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아무튼 두 남녀가 차에 앉아 닿을락 말락 손가락이 맞대어져 있고 그 손은 수갑으로 채워져 있다. 마치 사건을 통해서만, 수사를 통해서만 둘은 제대로 연결될 것 같다는 느낌으로. 포스터부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물씬~
**결말 스포 있음**
워낙 작품성이 있는 영화라서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도대체 나 같은 가벼운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무겁다. 무슨 영화야?라고 자꾸 되뇌며 영화를 보았다. 솔직히 시계만 열 번도 넘게 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나서 긴 여운이 남는 영화다. 특히 마지막 장면,, 너무 슬프다. 예전에 본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처럼 마지막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고 슬프게 다가온 영화.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남고 싶었던.. 탕웨이 그렇게 가면 안 돼~~ 흑.
붕괴 그리고 사랑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제정신으로는 사랑을 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스멀스멀 아름다운 서래에서 빠져가는 해준, 그에게는 야무진 아내도 있고 그는 비교적 가정적인 남자다. 강력반 형사이면서도 말쑥한 옷차림, 젠틀한 매너, 우리가 형사에게 갖는 이미지는 쏙 빠진 깔끔한 양복에 정장 구두. 그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스스로 무너지기 어려운 사람이다. 하지만 그도 서래 앞에서는 붕괴되었다. 간신히 정신줄을 잡고 형사로써의 임무를 다 하지만 그는 속수무책으로 서래에게 끌린다.
서래역시 자신을 심문하는 해준에게 빠진다. 그녀는 해준이 자신에게 끌리는 것을 알고 그 점 역시 밀당하는 영악한 사람. 그래도 사랑 앞에서는 솔직해 보인다. 해준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결혼을 하고 안개가 가득한 미포로 돌아온 서래. 미포에는 그녀가 그의 심장(마음)을 갖고 싶을 만큼 빠져버린 해준이 있다.
시린 영화
이 영화는 멜로물이기엔 너무 시리다. 어느 것도 따뜻하지 않다. 서래의 푸른 옷, 청록 벽지, 푸른 바다가 주된 배경이기 때문일까? 감독이 보여주는 미장센들이 보는 내내 아름답다 못해 시리다. 마지막 서래의 양동이조차 녹색 같은 푸른 색이었던 기억(맞나?). 서래의 집 내부 표현도 너무 멋졌다. 푸른 벽지가 둘러싸인 실내의 모습을 겹겹이.. 천천히 보여주는 그 장면은 마치 멀어져 가는 두 남녀 주인공을 묘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미궁 속의 피의자 서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푸른색과 녹색은 무슨 의미일까?)
예상외로 좋았던 부분은 조연 고경표와 김신영의 연기. 조연이지만 두 캐릭터 살아있다. 주인공의 모습과는 달리 시원시원하고 명쾌하다. 극 중에서 유일하게 시원했던 씬들을 보여주어 영화 보면서 사이다 안 마셔도 될 뻔했다.
사랑이 너무 어려운
영화는 붕괴를 통해서만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던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좋다고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하면 뭐 안 되는 건가? 하긴 그럴 수 없을 테지. 물론 처한 상황도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도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영화 주제곡 '안개'는 미포나 안개 낀 바다가 아닌 우리 마음을 대면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 까. 해준은 그녀를 사랑할수록 붕괴가 되고, 서래는 자신을 붕괴함으로써 해준의 가슴에 안착한다.
박찬욱 감독 그 특유의 미장센을 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본 것인데 그 점에서는 성공이다. 사실 그의 영화는 <올드보이>에서 워낙 충격이어서 그 이후로는 보질 못했는데 다행히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여서 용기를 가지고 보았다. 우리 시대 아무튼 이렇게 훌륭한 감독들이 있어 괜스레 기분이 좋다.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는 솔직히 나는 좀 어려운데 그래도 배우들의 힘과 훌륭한 미장센과 심리묘사 등이 볼거리를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다시 보라고 한다면? 흐음.. 아마 잘 것 같아서 두 번은 무리이지 싶다. 그래도 한동안 이 영화의 분위기 속에 참작될 것 같은 그런 날이 며칠은 지속될 것 같다. 그럼 이만 <헤어질 결심> 영화 솔직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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