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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시

얼굴 / 박인환 / 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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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 불현듯 떠오른 시가 있어 올려봅니다. 박인환 시인의 시로 알려진 <얼굴>이란 시입니다. 어린 시절 이 시의 뜻도 모르고 열심히 읊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잊힌 얼굴이란 단어가 왠지 슬펐던 기억이에요.

 

시-얼굴-박인환
시 얼굴

 

시 소개


  얼 굴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의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잊혀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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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시인 소개


박인환 시인은 1926년 강원도 인제 출생으로 경성 제1 고보를 나와 평양 의전을 중퇴하였으며 한때 종로에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자유신문과 경향신문등의 기자도 역임하였고, 김수영, 김경린 등의 문인들과 어울렸으며 1956년 시인 이상의 기일을 기념하다 폭음하여 급성알콜성중독성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해요.(나무위키 참고) 

허무주의와 도시의 서정에 바탕한 시들이 젊은 이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았고, 시 <세우러이 가면>, <목마와 숙녀>등이 유명합니다. 윗 시 <얼굴>은 정보를 검색해 보니 박인환이 아닌 박인희 님의 시라는 주장이 있습니다만 일단 널리 알려진 박인환 님의 시로 포스팅하였습니다.

 

얼굴
photo_ dallcom.latte

 

<얼굴 / 박인환> 감상평


이 시는 어릴 적 연습장 노트 표지에 적혀있던 시로 기억이 되는데, 잊혀진 얼굴들처럼 되기 싫다는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그리울 때도 어느 한 장면은 생각이 나는데 얼굴을 가물가물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기억에도 나지 않는 얼굴은 그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시인은 아마도 다 필요없다고, 그렇게 의미 없는 삶은 필요 없다고, 그리고 그렇게 가버린 누군가가 있다면 가슴에 품어서 무엇하리 그런 뜻에서 이 시를 지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시를 잃으며 지나간 것에 얽매이지도 말고, 나 역시 (의미 없는) 누군가에게 연연하지도 말자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시가 너무 아름답고 쓸쓸하고 그리운 것은 이 감정이 항상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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