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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시

눈 오는 겨울 시 4편 / 윤동주, 백석, 로버트 프로스트, 세르게이 예세닌 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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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니 출퇴근길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디 마음 한켠 포근하고 소복한 눈이 좋아요. 하얗고 따뜻한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이런 날, 시 한 구절 읊어봐도 좋겠어요.
 

눈 오는 겨울 시 4편

눈-겨울-시
  • _ 윤동주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_ 백석
  •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_ 로버트 프로스트
  • 나는 첫 눈을 밟고 거닌다 _ 세르게이 예세닌

 


 

 
지난 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_ 윤동주 (1917~1945)
윤동주 시인의 눈이란 시를 읊으면 우리나라 우리 시구나 그런 생각만 들어요. 어렸을 적 달동네 지붕 위 모습도 생각나고 큰 집 가는 길 밭이랑 한길 위에 소복이 내리는 눈도 생각나고, 어디서든 보이는 나뭇가지에 소복히 쌓이는 눈도 생각나요. 참 동시같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예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나는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탸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_ 백석(1912~1996)
제가 겨울 시 중에 제일 좋아하는 시는 바로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탸샤와 흰 당나귀> 예요. 가난한 시인이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하며 자신의 처지를 못내 한탄하며 쓴 시 같은데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 아름다와요. 백석 시인의 세계관은 과연 어떨지 상상도 안되지만 눈이 푹푹 나리는 날, 허름한 선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모습이 아련히 떠 오릅니다.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이 것이 누구네 숲인지 알 것 같다.
그의 집이 마을에 있긴 하지만,
그는 내가 여기 서서 그의 숲에
눈 쌓이는 걸 바라보는 게 보이지 않으리라.
나의 작은 말은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숲과 얼음 언 호수 사이
근처에 농가도 없는 곳에 멎은 것을,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에.
 
말은 무슨 잘못이라도 있느냐고 묻는 듯이
마구에 붙은 방울을 흔든다.
달리 들리는 소리라곤 오직
부드러운 눈송이 휩쓰는 거침없는 바람소리뿐.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그러나 나는 약속한 일을 지켜야겠고,
자기 전에 몇 마일을 가야겠다.
 
_ 로버스 프로스트(1874~1963)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만 알고 있다가 눈에 관련된 시도 찾아봤어요. 바람 부는 스산한 눈길, 고된 눈길이 생각나지만 약속한 일을 지키려 꿋꿋이 길을 가는 올곳은 한 사람이 떠 오르는 시예요.
 


 

나는 첫눈을 밟고 거닌다

 
나는 첫눈을 밟고 거닌다,
마음속에는 확 불타오를 힘의 은방울꽃
바람이 나의 길 위에서 푸를 촛불처럼
별에 불을 켰다.
 
나는 모른다, 그것이 빛인지 어둠인지?
수풀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바람인지 수탉인지?
어쩌렴 그것은 들판에 겨울이 오지 않고
백조들이 풀밭에 내려앉은 것이리라.
 
오 하얀 수면이여, 너 참 아름답구나!
가벼운 추위가 내 피를 덥게 하고 있다!
못 견디게 내 몸뚱이에 꼭 그러안고 싶어 지누나
자작나무의 드러난 가슴을.
 
오 숲의 조는 듯한 뿌연함이여!
오, 눈에 덮인 밭의 쾌활함이여!
못 견디게 두 손을 모으고 싶어 지누나
버들의 나무 허벅다리 위에서.
 
_세르게이 예세닌(1985~1925, 러시아의 시인)
TMI지만 세르게이 예세닌은 유명한 미국 무용수 이사도라 덩컨과 결혼했어요. 하지만 권태와 우울증, 알코올 중독과 환각으로 시달리다 생을 마감했어요. 그런 일화를 알고 나니 시가 더 처연하게 느껴지네요.
 
이상 눈 오는 겨울에 생각나는 시 4편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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