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정말 좋아하는 시라서 자주 읊조리긴 하는데 요즘처럼 눈이 와서 쌓이는 겨울이 되면 더욱 그리운 시이다.
백석 시인
일제강점기 때 활동했던 시인 백석 (1912~1996)은 본명은 백기행,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오산학교 졸업 후 일본 유학길에 올라 도쿄 아오야마 학원을 졸업하였다. 1935년 귀국하여 고향 정주로 내려가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초기 시들은 향토색 짙은 서정시였으나 이후 모더니즘 경향의 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분단 이전 시기 최고의 모던보이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해방 후 북한 체제 하에서 숙청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 사회에까지 널리 알려졌으며, 분단 이전 남북한 양쪽에서 모두 사랑받은 시인이다. 윗 책 속에 그를 소개한 '분단시대 극복의 정점에 서 있는 천재 시인' 이 글귀가 시인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사진만 봐도 귀공자스러운 멋진 외모에 시까지 사랑한 낭만주의자의 모습을 하니 더욱 매력이 느껴지는 시인인데 그의 시를 읽노라면 저 멀리 고매하면서도 처량한 한 지식인이 떠 오른다.
오늘은 애정하는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전문을 실어본다. 이 시만 읽으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오고 눈 오늘 마을 그 어딘가 소주(이 술이 이슬로 만든 그 소주인가?) 한 잔 하는 젊은 시인이 떠 오른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탸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_ 백석 시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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