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이 궁금하였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단순한 열정>을 읽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소설들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그의 작품세계를 접하며 독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독서 후기 올려봅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독서 후기
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해서 꾸준히 읽는 편인데요, 어제는 교보문고 들렀다가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책들이 전시된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꽤 알려진 작가인데 저는 이 작가와 작품들을 어제 처음 보았습니다.
왜 그렇잖아요,, 평소에 관심없거나 모르더라도 갑자기 핫해지거나 상을 타면 없던 관심도 샘솟는 것요. 어제의 저는 그랬습니다.. 이렇게 많은 한 작가의 소설들이 무려 몇 권씩 진열되어 있으니 더욱 궁금해지더라고요. 거기에 이 책들은 비닐까지 쌓여있어 기어이 한 권을 사서 집에 오자마자 간 밤에 그만 다 읽었어요.
아니 에르노
작가 '아니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분으로 지금 83세가 되었네요. 노 작가로서 노벨문학상을 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는 1983년 <남자의 자리>로 르노도상을 탔고, 뒤이어 <세월>이란 작품으로 2008년 마르그리트 뒤라드상과 프랑수와 모리아크상, 2009년도에 텔레그램 독자상을 수상했답니다. 솔직히 제가 모르는 상이기에 별 감흥이 없지만 그래도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썼기에 이렇게 주목을 받았나 싶었어요.
그의 첫 작품으로 읽은 <단순한 열정>은 작가가 51세된 1991년도에 출간된 책인데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99로 이미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어요.
책 뒤에 보면 이 소설과 작가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요, 그는 자전적 소설, 오토픽션 그러니까 자신이 겪거나 경험한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해요. 오토 픽션이라니 생소하지만 그의 책을 읽으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스토리 및 후기
소설은 비교적 짧아 67 페이지로 끝나기에 앉은자리에서 읽기에도 편한 분량이었는데요, 저는 첫 장부터 그 무미건조한 당당함에 매료되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중년의 여자(자전적 소설이니 작가겠죠?)가 어느 외국인 유부남을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자신의 심리상태, 행동, 상황 등이 그야말로 담담하게 전개되는데요, 내용은 열정적이지만 글의 서술은 건조해서 저는 이 부분이 약간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우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이런 식의 글은 처음 만나는 느낌이었달까요? 뭔가 굉장히 진한데 그 단물은 쏙 뺀 그런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자전적 소설인만큼 흔히 있을 법한 스토리인데요, 흔한 말로 내로남불 격인 이야기지만 그 사랑의 깊이와 열정은 대단해서 과연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나? 그렇게 지독한 기다림을 견딜 만큼-불혹이 지난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이- 사랑이 이렇게 뜨거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드라마틱한 요소나 긴박한 흥밋거리는 없지만 한 사람의 심리묘사와 상황들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감정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읽으면서 묘한 긴장감도 들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아니 에르노의 독보적인 작품세계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저 스스로 이 작가가 상을 탔기 때문에 내가 좀 후한 점수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습관적인 자기 검열이 올라오긴 했지만, 읽고 나서 그의 대표작 <세월>이 바로 보고 싶다는 것은 분명 작가가 가진 힘이 엄청난 것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어려울 줄 알았는데 재미있게 읽은 것도 내심 의외였습니다.
여자로서 갖는 은연중에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스스로도 미처 모르는-억압되었다는 표현이 많더군요- 은밀한 생각과 감정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드러내진 다는 것 또한 생경했는데요, 사랑에 대한 감정은 또는 심리는 나이 불문, 상황 불문 언제나 진행형이구나 하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치 예전에 유행하던 '지금 사랑하지 않은 자, 모두 유죄'라는 구절이 떠올랐달까요?
한편으로는 프랑스 작가이기 때문에 이런 솔직하고 담담한 묘사가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는데요, 소설에 나오는 인상 깊은 한 구절을 소개하며 2022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후기를 줄입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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